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사후 세계를 믿었다. 그들은 시신을 잘 보존하기 위해 연두부처럼 물렁한 뇌를 박박 긁어낸 뒤 미라를 만들었다. 인체의 다른 장기들은 다시 쓰이게 될 때를 대비해서 저성슬 처리한 다음 단지에 담아 고이 모셔 놓았는데 뇌만은 긁어내 버린 것이다. 뇌 없는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부활할 수 있고, 또 부활 하면 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인류사적으로 보면 뇌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현대에 들어와서다. 그런 과학과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에도 뇌의 구조와 생리와 능력을 완전히 밝혀내지는 못했다. 알려진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뇌 속에 엄청난 불가사의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 되고 있다.

 

훈련을 통해 두뇌의 힘을 강화하면 눈을 가리고도 글을 읽고 사물을 인식하는 등 자연계의 법칙을 가볍게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하곤 한다. 이를 HSP, 즉 고등감각인지능력, 줄여서 '고등감각' 이라고 한다. 나는 이 현상에 주목했다. 이 능력을 기르는 방법을 많이 고안해 냈고 뇌교육에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물론 눈을 감고 책을 읽는 능력 그 자체가 대단하고 중요해서가 아니다. 

 

책은 눈을 뜨고 읽는 것이 훨씬 편하다. 비행기가 있는데 축지법을 애써 배울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뇌가 가진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확인 가능한 하나의 지표라는 면에서 HSP 현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므로 나에게 HSP 는 '뇌의 무한한 가능성' 과 같은 말이다.

 

HSP 현상은 초기에 많은 오해를 받았다. 과학적으로 정확히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는 그래서 수시로 과학자나 의사들에게 HSP 현상이 일어나는 현장을 참관하게 했다. 그들이 요구하는 실험 조건을 갖추고 시연도 했다. 그렇게 직접 목격한 과학자들은 현상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국내외 쟁쟁한 연구원드을 초빙해  HSP 현상에 대해 과학적 연구를 당부하거나 공동연구를 제의했다.

 

이들이 속속 연구 성과를 내놓으면서 HSP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896에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개최된 올림픽이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라는 슬로건으로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한 대회 였다면, 인간 뇌의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대회로 나는 2005년부터 해마다 국제브레인 HSP 올림피아드를 열고 있다. 2007년 미국 뉴욕에서 '제 3회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를 개최했고, 금년 8월에는 유엔본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제 HSP는 국제 무대에서 당당히 공인받게 된 것이다.

 

HSP, 즉 '뇌의 무한한 능력'은 '21세기의 지동설' 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과학적 연구는 과학자들에게 맡기면서 나는 나대로 나만의 영감과 직감에 의지해 많은 것을 추론해 들어갔다. 일단 '뇌'를 중심축으로 놓자 많은 것들이 풀려 나갔다. 지금까지 나 자신의 수련 경험이나 지도 경험 속에서 만난 여러 가지 초자연적인 현상들도, 그리고 내가 정립한 철학들도 '뇌'라는 키워드를 대입하자 순조롭게 해석이 되었다.

 

인간이 도달해야 할 이상적인 상태로 나는 건강과 행복, 평화 세가지를 꼽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결국 뇌가 창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HSP를 건강, 행복, 평화를 상징하는 말로 더 많이 쓰고 있다. 뇌를 다스리는 결국 인생을 다스릴 수 있다. 한 개인의 인생만이 아니다. 개인에서부터 사회 전체의 향방,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까지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를 찾는다면 그것은 단연 '뇌' 이다.

 

나는 작년에 뉴욕에서 'HSP올림피아드' 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저녁 초대를 받은 일이 있다.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지구의 환경문제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재임 시에 제일 중요한 사업 목표로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꼽았다. 누가 보아도 지금 지구는 문제가 있다. 나는 그에게 이것이 모두 우리의 뇌가 만들어놓은 결과이므로 뇌를 잘 쓰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는 각기 다른 종교, 문화, 환경 속에서 다양한 가치와 이해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가치다. 지구만이 종교와 민족, 국가, 문화, 가치관의 차이를 넘어 인류의 의식을 하나로 묶을 수 있으며 평화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요즘 나는 지구 경영, 뇌 경영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우리의 뇌는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 각자가 자신의 뇌를 잘 경영하면, 지구 경영은 저절로 된다. 뇌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인류 의식의 성장 없이는 인류 문명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 인류 의식의 성장을 위한 열쇠는 바로 뇌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의 향방은 인류가 자신의 뇌에 어떤 정보를 받아드이는가, 뇌를 활용해 어떠한 정보를 창조하는가에 달려 있다.

 

나는 지구를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 못지않게 실존적으로,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지구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이 교류하는 것이다. 지구를 생명체로 느껴야 하고, 그 생명체에 깃든 에너지와 영혼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지구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당신도 지구를 느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몸으 이루고 있는 파동이 지구의 파동과 공명하고 있다. 당신과 지구는 하나다. 당신과 우주도 하나다. 명상 속에서 우리는 지구의 혼을 느낄 수 있다. 지구는 지금 병드어 있다. 아름다운 지구는 지금 몸살 중이다. 이제는 우리가 지구를 살려야 할 차례다. 그동안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키워준 지구에게 감사하고, 그 감사함에 보답해야 한다. 이것이 나와 지구의 진정한 교류이며, 이 교류를 통해 인간의 이식은 진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교류를 통해 지구는 본래의 아름다움을 회복할 것이고, 인간의 영혼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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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교육의 역사


-피아노 건반으로 비유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똑같은 건반만 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는 수십 억 개의 음색을 가진 건반이 있다. 뇌교육은 잘 쓰지 않는 건반을 두드리려는 노력으로 이해하면 된다.


나는 몇 년 전 평생 동안 연구해온 수많은 수련법과 프로그램을 '뇌교육'으로 통합했다. 흑자는 뇌교육을 서양에서 들어온 학문으로 생각하는데 뇌교육의 바탕은 우리 민족의 전통 수련법인 '단학'에서 비롯한 것이다. 단학의 중심 원리에는 세계적인 보편성이 있다. 그렇기에 내가 초기에 펴낸 <단학> 이라는 책 표지에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는 길' 이라는 부제를 당당히 붙일 수 있었다. 


그런데 단학에서 사용하는 개념들이나 전통적인 인체관을 문자 그대로 옮겨 놓으면 세계인이 받아들이기에 힘든 부분이 있다. 나는 단학을 더 크게 키우기 위해서 단학의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 새로운 축이 바로 '상단전' 이라고 할 수 있는 '뇌'였다. 지금의 뇌교육은 한국 전통의 뇌 계발법과 현대 과학을 접목한 것이다.




요즘은 두뇌 개발이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붐을 이루고 있지만 15년 전에는 그다지 이목을 끌지 못했다. 당시 나는 뇌 계발 비법을 담은 상단전의 비밀이란 책을 펴내고 강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 방법을 전수해주기도 했다. 사람들의 뇌가 활성화되면 의식이 성장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도 자신과 주변 이웃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동참하리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일부에서는 나에게 전수받은 뇌의 능력을 그릇된 방법으로 사용해 사익을 채우는데 악용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상단전 계발을 중단했다. 뇌를 사용하는 목적이 건강하지 않다면 뇌 계발은 자칫 인류의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뇌를 계발하는 참다운 목적부터 정립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뇌를 좀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과학기술로부터 인가를 받아 한국뇌과학연구원을 설립했고, 그 후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두뇌 계발밥으로 '뇌호흡'을 창안하게 되었다. 


그리고 뇌철학을 토대로 한 '뇌교육'을 학문으로 정립했고, 충남 천안에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뇌교육 기관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을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뇌교육학의 석. 박사 과정을 개설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 뉴욕에 뇌교육대학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언제부터 뇌에대해 관심을 가졌는지, 어떻게 뇌과학자도 아니면서 이런 수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학교 생활 부적응자였기 때문에 '나는 왜 이럴까" 내 머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 뇌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정확히 안 것은 12년 전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뇌과학자를 만나 뇌 사진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가 깜짝 놀라며, "이런 두뇌로 어떻게 성공했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의사의 말이, 뇌의 전두엽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지나치게 활성화돼 있는데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 속도에 맞춰서 가르치지 않으면 집중할 수 없고, 누구한테 뭘 배우는게 아주 어려울 거라고 했다. 고교 졸업 때까지 노트 한 권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고, 대학도 삼수를 해서 겨우 들어갈 만큼 학습 능력에 장애를 겪었는데 그것이 모두 뇌의 문제였다니 한결 위안이 되었다.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뇌의 특정한 영역에 문제가 있다고 좌절 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 자기 식대로 생존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뇌파를 조절해 자신의 본래 리듬을 찾기만 하면 뇌의 개성도 살리고 장점을 특화할 수 있다. 뇌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말을 잘 실감하지 못한다. 피아노 건반으로 비유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똑같은 건반만 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는 수십 억 개의 음색을 가진 건반이 있다. 매일 같은 음을 내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아예 다른 음을 두드릴 생각을 못한다. 뇌교육은 잘 쓰지 않는 건반을 두드리려는 노력으로 이해하면 된다. 인간의 뇌 속에는 평소 안 쓰던 근육과 같은 부분이 정말 많다.

내가 뇌를 이해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모악산에서 21일간 감행한 명상 단식이었다.


서른 살, 나는 삶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사생결단하듯 모악산으로 들어간다. 내가 찾는 질문에 해답을 얻기 전에는 죽어도 산을 내려오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21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스스로를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몰고 갔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오감의 세계를 넘어선 초의식 상태에서 수많은 기적, 영적 체험을 했다. 몸은 절반쯤 수면 상태에 들어가 있는데 의식은 지극히 명료한 각성 상태였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극심한 고통과 공포가 느껴졌다. 머리뼈가 늘어나는 것처럼 빠지직 거리는 소리가 연신 고막을 울렸고, 눈은 빠질 듯이 아팠다. 뇌는 시들시들 쪼그라들면서 바짝 마른 느낌이 들었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나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나무에다 머리를 부딪쳐보기도 했다. 그리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모든 노력을 포기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나의 내면에서 울려오는 한 목소리가 있었다.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


아픈 것은 내 몸이지 내가 아니었다. 고통도 몸이 있고 감각이 있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지 몸이 없다면 무슨 고통이 있겠는가, 그러니 이 몸을 보린다면 모든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 이라는 생각이 나를 뚫고 지나갈 때 내 머릿속에서 "펑" 하고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머리가 다 날아가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머리는 온전히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모든 통증이 사라지고 엄청난 평화가 찾아왔다. 주변이 온통 빛으로 환해지는 것을 느꼈고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의 감각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뇌 깊숙한 곳에서 어떤 목소리가 천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내가 그토록 궁금했던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천지 기운이야, 나는 천지 마음이야!" 하는 답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깨달음의 오도송이 존재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왔다.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니였고, 산과 내가, 저 강과 내가 둘이 아니었다. 온 천지가 나와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나는 천지의 주인이었고, 내 안에 천지가 있었다. 가슴에는 우주의 음악이 울리고, 피부로는 자연의 숨결이 드나들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 빛과 소리와 파동이라는 것을 알았고, 우주의 생명 에너지가 나의 뇌 안에서 출렁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 체험을 통해 뇌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 인식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협소한지, 그에 반해 인간의 뇌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를 통찰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뇌는 단지 중요하다는 말만으로는 그 중요성을 다 말할 수 없는, 인체의 핵심 중의 핵심 부위다. 모든 생명 활동과 창조 활동의 근원이 여기에 있다. 그런 엄청난 주요성에 비해 전통적으로 뇌에 대한 관심은 매우 미미했다.


한의학을 예로 들면, 심포경, 방광경, 대장경 등 12경락을 눈으로 본 듯이 그려 내면서도 '뇌경' 만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 뇌에 근본적으로 상생을 추구하는 신경회로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지금 나는 뇌경을 준비 중이다. 성경, 불경을 읽듯이 앞으로 뇌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뇌에 대한 복음서인 뇌경을 읽게 될 것이다. 또한 뇌경을 통해 인류의 뇌가 상생의 본성, 즉 홍익정신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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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에서 찾은 나의 존재 가치


-나는 쓰레기를 치우면서 처음으로 일하는 보람과 창조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창조의 원리는 너무나 간단하다. 내면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 그냥 행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두 차례 낙방한 뒤 길을 잃고 방황할 무렵의 일이다. 부모님을 뵐 면목도 없고 친척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두려웠던 그때 '정말이지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삶의 목적을 상실한 상태였다. 우울증과 무력증으로 그날도 느지막이 일어나 돈네를 한 바퀴 돌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리 밑에 수북이 쌓인 스레기더미를 발견했다. 우두커니 서서 그 쓰레기를 바라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가 지금은 저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구나. 그러니 이거라도 한번 치워보자. 이걸 하면 뭔가 달라질 것 같다' 그전까지 나는 단 한 번도 나와 주위 사람들을 위해 감동할 만한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내면의 소리랄까, 하늘의 소리를 들은 것이다. 물론 나를 붙드는 반대의 목소리도 들렸다.


'산속도 아니고 길 한복판에서 이걸 치우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흉을 보고 손가락질을 할까? 시험에 낙방하더니 이상해 졌다고 할지도 모른다. 혹시 나를 더럽다고 하지는 않을까? 부모님은 또 얼마나 창피해 하실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기로 했다. 내가 사람들을 위해 뭔가 유익한 일은 한다고 생각하자. 이것을 꼭 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생겼다.


정말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아주 귀하고 거룩한 일로 느껴졌다. 그때 마을에 쌓여 있던 쓰레기 양은 상당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대로 쌓여 있었다고 하니 그 오물 웅덩이 안이 얼마나 깊은지는 알수 없었다. 아무튼 악취 나는 그 웅덩이는 마을에서 골칫덩이였다.


나는 이것을 치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바로 답이 나왔다. 백 년을 묵을 오물이니, 이것만큼 훌륭한 거름도 없다. 나는 인근 야산에 구덩이를 판 다음 거기에 오물을 파묻고 그 위에 호박을 심기로 했다. 나중에 호박이 열면 동네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고, 가축들에게도 먹일 생각을 하니 생각만으로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날부터 바로 쓰레기 치우기에 들어갔다.


삽을 드고 한나절 열심히 몇 개의 구덩이를 팠다. 오물을 파묻었을 때 냄새도 나지 않고 정화가 잘 되도록 하자면 파도 아주 깊이 파야했다. 몇 차례 오물을 퍼 날라 부어 보니 그런 구덩이가 족히 100개는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힘도 들고, 남은 일도 아득해 보였지만 포기하자는 생각 같은 것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끈질기게 해야겠다는 의욕을 느꼈다. 뭔가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구더이를 파고, 오물을 져 나르고, 오물이 채워지면 흙을 덮고, 그 위에 호박씨 하나늘 달랑 던져 놓고, 다시 흙을 덮는 일을 반복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서툰 지게질에 어깨가 모두 가졌다. 까진 자리에 지게를 계속 졌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다가 또 생기고 하면서 피멍이 들어갔다.


어머니는 그 피멍을 보고 너무 속상해서 나를 붙잡고 우셨다. "이게 무슨 일이냐? 네가 어미 속을 기어이 다 파먹는구나!! 하지말라면 안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 그게 그렇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일꾼이라도 사서 붙여주마" 그런 어머니의 애원에도 아랑곳없이 나는 다음날 아침이면 변함없이 지게를 지고 나섰다. 그렇게 한 달 만에 오물 웅덩이가 말끔히 정리가 되었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지 모르지만 오물을 치우는 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절망감 속에서 나에 대한 존재 가치를 일허버리고 방황할 때,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 때, 내면에서 들려온 그 소리가 나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호박을 심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야산은 온통 푸르고 싱싱한 호박덩굴과 잎사귀, 호박꽃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백 년 묵은 거름을 쓴 호박들은 뜨거운 여름 햇볕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가을로 접어들자 야산에는 집채만 한 호박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뒹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호박 천지였다. 나는 탐스러운 호박들을 지켜보며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수십 년 묵은 것 같던 내 내면의 암흑도 조금씩 정화되어 갔고, 삭막했던 내 영혼도 노란 호박처럼 영글어 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심고 수확한 호박은 온 동네가 다 나누어 먹고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서 동네 소들까지 한철내내 호박을 먹고 살아야 했다. 나중에 들어보지 악취 나는 오물 웅덩이가 없어져서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했다고 한다.


나느 쓰레기를 치우면서 처음으로 일하는 보람과 창조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어떤 생각이 일어나면 '그냥 한다' 는 게 습관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창조의 원리는 너무나 간단하다. 내면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 그냥 행하기만 하면 된다. 비록 태어나는 것은 내 뜻이 아니었다고 해도 사는 것은 얼마든지 내 뜻대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 뒤로도 나는 남들이 보기엔 다소 황당하고 비현실적이고 무모한 선택들을 용감하게 해왔다. 당손 손해를 보는 일일지라도 나의 내부에서 들려온 참된 목소리라면 언제든지 그것을 따랐다. 그 선택이 가장 감동적이고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첫걸음을 떼기가 어렵지 한 번 해보면 창조하는 일도 세수하다가 코를 만지는 것만큼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경영학에 '전파론'이라는 이론이 있다. 여기서는 인간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누는데 우리나라는 무조건 남들 따라가는 타인추종형이 전체의 7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변화를 즐기고 모험을 좋아하며 호기심이 많고 창의적인 개척자 성향을 지닌 사람이 전체의 5퍼센트에 불과하고, 변화를 원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진정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사람이 20퍼센트, 자기가 살아온 철학, 생활 태도, 방법이 무너지면 인생이 끝장나는 주 아는 고집 불통형이 나머지 5퍼센트라고 한다.


창조하는 기쁨을 맛보지 못한다. 좋은 아이디어나 생각이 있어도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거나, '안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에 휩쌓여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지식과 생각도 몸으로 부딪쳐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새로운 창조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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